맑은 시 한 편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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수곽 (水廓)
문정영
나는 한때 물처럼 맑다고 생각했다.
물로 집 한 채 지었거나,
물의 집이라는 생각도 가져보았다.
그런 나를 비추자 물빛이 흐려졌다.
내가 지은 집은 지는 해로 지은 것이었다.
고인 물을 막은 것에 불과했다.
내가 흐르는 물자리였으면
새 몇 마리 새 자리를 놓았을 것이다.
갑자기 눈물이 솟구치는 것을 보면
눈물로 지은 집 한 채가 생각났고,
눈물도 거짓으로 흘릴 때가 많다고 생각했다.
내가 지은 집이 모래집보다 못하다는 것을 알았다.
내가 깊다는 생각은 지우기로 했다.
물은 엎드려 흐르는 것인데
내가 지은 집은 굽이 높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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